스페셜 올림픽 홍보인가? 정치인 나경원 홍보인가?
via Reset KBS!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스페셜 올림픽 홍보인가? 정치인 나경원 홍보인가?.
또 다시 나경원 씨가 KBS에 출연할 예정이다. 다음 주 화요일(1월 29일) 방송될 ‘아침마당’의 녹화가 어제(1월24일) 있었다. 나경원 씨가 2013평창세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출연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지난 1월 19일 2TV에 방송된 ‘이야기 쇼,두드림’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때도 스페셜 올림픽 홍보를 출연 명분으로 삼았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불과 10일 사이에 KBS의 2TV 간판 예능프로그램과 1TV 간판 교양프로그램에 같은 명목으로 연달아 출연하게 된 것이다.
사측에게 묻는다. 스페셜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것인가? 정치인 나경원을 홍보하기 위한 것인가?
‘이야기 쇼, 두드림’에 출연한 나경원 전 의원은 스페셜 올림픽 홍보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장 출마 당시의 ‘1억 피부과 논란’에 대해 억울함을 들먹이며 감정적으로 호소했다. 또 판사 남편과의 연애시절과 외조 등 인간적 면모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의 남편은 자신을 비난했던 검찰에 수사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KBS는 한 정치인의 과거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오직 당사자의 주장에 근거해 희석시키고 대중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그런데 이 방송이 나간 지 불과 10일 만에 다시 그녀가 KBS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아침마당’ 담당CP는 그녀의 출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방송을 스페셜 올림픽 개막일에 맞춰 자체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또한 나경원 조직위원장 단독출연이 아닌 스페셜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 4명의 가족과 함께 출연하고 방송 내용이 스페셜 올림픽에만 한정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그 말을 그대로 믿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먼저 이번에 나경원 전 의원이 출연한 아침마당은 ‘외주 제작’이다. ‘외주 제작’은 사측이 오더성 아이템들을 소화하는 전형적 통로이다. 또한 담당CP는 섭외과정에서 나경원 조직위원장이 이미 ‘이야기 쇼, 두드림’을 녹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럼에도 스페셜올림픽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출연자를 협의하면서 나경원 조직위원장의 출연을 ‘스스로의 판단’으로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출연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방송국도 아닌 같은 KBS의 프로그램에 불과 10일전에 출연했던 사람을 똑같은 이유로 다시 부르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인가? 다른 방송국에 출연했어도 부르지 않는 게 일반적인 관례다.
‘두드림’도 그렇고 ‘아침마당’도 그렇지만 제작책임자들은 한결같이 스페셜 올림픽 홍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인 나경원에게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임시직일 뿐이다. 나경원의 본업은 정치인이다. 그것도 여권 소속의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주장을 순수한 비정치적 언사로 받아들이는 순진함은 결코 제작진의 미덕이 아니다.
이는 지난 5년간을 돌이켜보면 쉽게 간파할 수 있다. MB정권 내내 KBS의 많은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들이 정치인들의 활동 무대로 이용되어왔다. 특히 아침마당의 경우‘국정홍보마당’으로 불릴 만큼 여권 인사들이 숱하게 출연한 프로그램이다.
2010년 1월말 누가 봐도 강원지사 출마가 명확했던 엄기영씨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장’ 자격으로 출연시켰다. 당시 엄씨는 한나라당의 상징인 하늘색 점퍼를 입고 출연했다. 앞선 12월에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 출연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주인공이었던 정씨는 한식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이틀 뒤 정씨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최소 십수명의 여권인사가 아침마당에 출연해 인간적 면모를 과시했다. 1991년 5월 첫 전파를 탄 이래 가장 지명도가 높은 KBS의 간판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은 불과 2~3년 사이 최악의 정권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아직 새로운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이다. 벌써부터 KBS가 정치인들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쩌면 KBS를 정치판으로 만드는 것은 국회의 정치인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부화뇌동하는 ‘정치적 KBS인들’이 아닐까? 우리 이제 제발 ‘정치’가 아닌 ‘방송’을 하자.
2013.1.25.
전국언론노조 KBS본부